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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빛과 그림자'…달라진 사회 문화법 시행 후 음식점 폐업 40% 증가, 화원 직격탄…'서민경제 타격'

[천안=신세계보건복지통신] 황재돈 기자 = 지난해 9월 28일. 우려와 기대 속에서 출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어느덧 시행 100일이 지났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깊숙이 뿌리내린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부정청탁과 접대문화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현대리서치에 의뢰, 3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청렴 사회로 새롭게 출발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이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과도한 접대문화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 후 시행초기 유권해석을 두고 많은 혼란을 초래해 혼선을 빚었다. 또한 어려운 서민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소비위축이 현실화로 다가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정 없는 무미건조한 사회로 바뀌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 연말연시 인사철도 축하 난 판매 부진…화원 직격탄

연말연시 관공서, 기업체 등 인사철을 맞이했지만 축하 난 주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5만원 이상 선물이 금지돼 축하 난을 보내는 관행이 사라져 화훼농가는 2월 졸업 시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인사철이 사실상 대목인데도 매출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4급(서기관)으로 승진한 천안시청 A국장은 축하 난 6개만을 받았다. 과거의 경우 사무실 한쪽에 많은 축하 난이 자리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보기힘든 관경이 됐고, 그마저 동문회, 친구로부터 받았다고 해당국장은 설명했다.

천안지역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인사철 100여개에 달했던 주문은 올해 20개 안팎으로 뚝 떨어져 김영란법을 실감하게 됐다”며 “이렇게 큰 타격을 입을지는 몰랐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 진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어려움 호소…폐업 40% 증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1%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식사 접대비 상한이 3만원으로 제한되면서 고급식당들을 중심으로 매출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일식집 메인 메뉴 모습. <신세계보건복지통신 DB>

그렇다보니 업체들은 식사제한 3만원, 선물 상한액 5만원인 점을 이용, 5만원짜리 식사상품권을 출시하는 등 나름대로 묘수를 짜내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음식점들은 가격인하 등 각고의 노력에도 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급격히 감소, 폐업하는 곳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 된 후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일반음식점 폐업 수는 총 129건으로 전년 동월 92건 보다 40%가량 늘었다.

서북구 쌍용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기업체 직원과 업체관계자들이 자주 찾아왔지만 그들의 발길은 끊긴지 오래됐다"면서 "사람들이 회식장소로 저렴한 곳만 찾다보니 일식업체는 어려움을 겪고있다. 원가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덩치가 큰 요식업체는 고용창출에 일조했지만 최근에는 경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도 오르고 관련 법 시행으로 서민 일자리도 줄어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홍기 한국외식업중앙회 천안지부장은 "법 시행으로 회식문화가 사라지는 분위기로 업계피해는 이로 말할 수 없다"며 "일식집과 한정식집들은 폐업이 속출하고 타업종으로 전환하는 업체가 눈에띄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여년을 이어온 쌍용동 한 일식집은 청탁금지법 시행 후 매출액 감소, 인건비, 물가상승 등이 겹쳐 경영 압박으로 폐업했다"면서 "현재 3만원으로 제한된 식사비는 현실에 맞춰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비교적 저렴한 점심을 할 수있는 국밥집에 몰려든 인파. 2017.1.6. 황재돈 기자 kingmoney@xinsegaenews.com

반면 병천에서 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손모씨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점심을 나눌 수 있는 국밥, 칼국수 집은 오히려 손님이 늘었다"며 "이들 식당들은 김영란법과 연관성이 없어 오히려 5~10%정도 매출액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체‧관공서 접대문화 사라졌다…변화하는 회식문화, 더치페이 확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각 기관의 업무추진비 지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부 부서는 한 달 지출규모가 전달에 비해 95%까지 줄었고, 시정현안 간담회 등을 담당하는 부서도 전달 181만여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했지만 10월에는 67%가 줄어든 59만여원 만을 사용했다.

건배하는 모습. <신세계보건복지통신 DB>

지역 대학교와 대학병원에서는 법 시행으로 잣대가 생겨 오히려 편해지고, 투명한 사회·조직문화로 변화되는 추세라고 답변했다.

지역 한 대학관계자는 “법 시행 후 저녁 술자리가 줄어들어 가족들과 문화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며 “관련법 시행으로 각 대학들은 공정하고 청렴한 문화로 한 단계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S경비업체 관계자는 "매년 술자리로 이어지는 연말회식을 가족들과 함께 한 영화관람으로 탈바꿈,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가족문화는 점차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안지역 한 극장가를 찾은 가족들 모습. 2017.1.6. 황재돈 기자 kingmoney@xinsegaenews.com

두정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손님들이 계산할 때가 되면 '오늘은 내가 쏠께', '이 카드로 계산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많이 줄어든 반면 카운터에 몰려와 각자 계산하는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부정청탁법 시행 초기에는 이러한 모습이 어색했지만, 이제는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듯 청탁금지법은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지만 요식업, 화원, 농축산 등에선 매출감소가 현실화 되는 등 서민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있다. 또한 폐업, 일자리 감소 등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는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실에 맞는 조속한 청탁금지법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황재돈 기자  kingmoney@xinseg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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