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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칼럼】휴대용 통역기.
  • 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
  • 승인 2019.0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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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여러분 명절 잘 지내셨습니까?

예전에는 구정이면 한복을 입고 친척 집에 세배가는 것이 세시풍속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고향 방문도 간편하게 하고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2019년 한해 여러분 하는 일 모두 건승하시고, 가정에 두루 평안하시고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가끔 해외에 나갈 때면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는데 꼭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전자제품 코너입니다. 나름 얼리어답터라 신제품이 무엇이 나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늘 기웃거립니다. 예전에는 신기한 제품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관심을 끌만 한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조근호 변호사[사진=조근호변호사 제공]

 2019년 연초에 외국을 나가면서 전자제품 코너를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제 눈길을 끄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Gazego Translator라는 휴대용 통역기였습니다. 통역기는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여 사용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독립 전자제품으로 출시된 것입니다.

판매하는 사람에게 어떤 특성이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35개 국어 통역이 가능하고, 특히 양방향 통역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제품 전면에 있는 버튼 2개를 보여 주었습니다.

만약 제가 태국사람과 대화한다고 하면 먼저 제가 아래쪽 버튼을 누르고 한국말을 하면 기기 화면에 한국어와 태국어 번역문이 제시되고 그 화면을 누르면 태국말이 발음되어 제 상대방이 알아듣게 됩니다.

반대로 태국사람이 저에게 태국어로 말할 때는 위쪽 버튼을 누른 채 태국사람 입에 기기를 갖다 대고 그에게 태국말을 하게 하면 화면에 그 태국말과 한국어 번역문이 제시되고 같은 방식으로 화면을 누르면 한국말이 발음되어 제가 알아듣게 됩니다.

그녀는 이런 양방향 통역 지원 방식은 처음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일방적으로 제 말을 통역하여 들려주는 것은 핸드폰에서도 가능한데 이처럼 양방향으로 통역이 손쉽게 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저는 얼리어답터답게 곧바로 구입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제 외국어 공부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평생 외국어로 고생한 저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비행기 차창의 구름과 함께 지나간 외국어 수난사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수학보다 영어가 상대적으로 성적이 덜 나왔는데 1983년 검사가 되니 외국어 시험을 통해 외국 유학을 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말에 다시 소질이 없는 그 외국어 공부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으로 유학 가려고 영어시험에 도전하였습니다. 당시 미국은 토플 성적을 잘 받아야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토플 공부를 하려니 시간을 낼 틈도 부족하고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아 결국 1-2년 공부하다가 영어는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딘가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본어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서울지검 공판부에 같이 근무하는 4년 선배 검사와 같이 외국어대 부설 어학원의 일본어 강좌를 듣기로 하였습니다. 수준별 반 편성을 위해 필기시험을 보았는데 너무 잘 본 나머지 두 사람 모두 고급반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첫 시간에 늦게 가 뒷자리에 앉았는데 선생님이 일본 신문 사설을 나눠주시고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읽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내용을 주제로 서로 토론하게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떠듬거리며 토론을 하였습니다. 그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앞사람의 머리 뒤로 숨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결국 그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986년 결혼을 하였습니다. 불어를 전공한 아내는 불어를 공부하여 프랑스로 유학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내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그 당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결국 불어도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유학의 꿈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스페인 유학이 신설되었습니다. 저는 생전 접해보지 않았던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드디어 1992년 스페인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에 가서도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스페인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저희 외국어 수난사는 파란만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양방향 통역기가 출시된 것입니다. 한평생 외국어 때문에 고생한 저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단비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빨리 사용해 보고 싶었습니다. 태국에 도착하여 사용해보니 이 기기로 정말 대화가 가능하였습니다. 음성에 대한 인식률도 대단히 높았습니다.

놀라운 세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설사 제가 외국어에 소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태국어까지 공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35개 국어는 이 기기 하나면 손쉽게 양방향 대화가 가능합니다. 외국 갈 때 이 기기만 있으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미국에서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공부하고 이제 직장을 다니는 아들에게 가끔 한국 신문 사설을 보내 주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설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 보내준다는 말을 듣고 신기했는데 이제 그런 세상이 온 것입니다.

말은 통역기로, 글은 번역기로 손쉽게 해결하는 세상이 도래하였습니다. 모두가 고대하던 세상입니다. 그 세상이 생각보다 성큼 우리 곁에 빨리 다가왔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귀국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쉽게 통역해주는 일방형 통역기 ili Translator가 일본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일방형이거나 양방형이거나 관계없이 통역기를 하나씩 들고 외국을 여행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운 세상이 곧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도 바로 이 새로운 글로벌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2019년은 이렇게 기분 좋은 경험과 함께 미래지향적으로 출발했습니다.

▶필자 조근호

1959년 충남 서천출생. 대일고. 서울대 법대 1981년 사시 21회 합격. 서울 춘천.대구지검 검사 서울지검 형사 2부장. 서울지검 형사 5부장, 대검 검찰 연구관, 대구지검 2차장검사. 대검법죄 정보과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검 공판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전지검 검사장. 부산 고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법무벌인 행복마루 대표변호사.

조근호 변호사(전 대전지검장.부산고검장)  ssyoung56@xinseg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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