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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칼럼]황교안, 독선을 이기려면 엄석대를 기억하라.
  • 신수용사장 대기자[대전일보사 전 대표이사. 발행인]
  • 승인 2019.03.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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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사장. 대기자[대전일보사 전 대표이사. 발행인]

엄석대는 싸움꾼이다. 그는 시험을 치를 때마다 늘 최고점수를 받는다. 또 그 반의 반장이다. 싸움꾼에 최고점수, 그리고 반장이란 완장까지 차고 보니 반 아이들이 그 앞에서 굽실거린다. 나, 한병태는 이곳에 전학을 온다. 아버지의 좌천 때문이다. 서울 명문초등학교에서 엄석대가 있는 시골학교, 그 반으로 옮겨온다. 나는 반 아이들이 엄석대를 왕처럼 떠받드는 꼴을 이해할 수 없다. 말없이 엄석대에게 저항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도시 놈’이라는 눈총도 받는다. 고통스런 외톨이가 된다. 엄석대 치하(?)에 같은 반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멸시뿐이다. 모두 엄석대의 독재에 길들여져서다.

그와의 신경전이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엄석대에게 눈물로 굴종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그의 신임을 받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새로 전학 온 학교, 새 반에서 안주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젊은 담임선생님이 새로 부임해오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엄석대의 독재, 독선에 의문을 가진 담임선생님은 시험 때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로 반장을 하는 이유를 캐낸다. 그를 위해 반의 우등생들이 대리시험을 쳐 준 것이다. 엄석대의 시험부정이 들통 나자, 급우들이 혼란에 빠진다. 결국 이곳저곳에서 성토가 이어졌다. 그에게서 학용품등을 뺏겼다는 아이들이 여럿이 나왔고, 귀중품 상납비리도 터져나온다.

1987년 이문열의 ‘일그러진 영웅’이란 소설이다. 6.29 선언과 함께 신군부독재의 참상과 몰락을 그려내 인기를 끌었다. 김홍신의 ‘인간시장’처럼 꽤 많은 독자를 모았다. 많은 독자들이 엄석대의 처벌을 보면서 쾌재 속에 보상심리에 만족했다.

걸핏하면 ‘보이콧’만 해온 자유 한국당이 새 지도부를 꾸렸다. 전당대회를 통해 예상대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대표로 뽑혔다. 7개월간의 김병준 비상 체제를 끝냈다. 이제 황대표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가 탄생된 것이다. 제1 야당이자, 보수 중심인 119석의 거대 정당의 수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당대표 축하보다, 안팎의 짐이 무겁다. 그의 앞길은 켜켜이 쌓인 장애물에다, 갈길 먼 험로(險路)때문이다.

황 대표는 무엇보다 내년 4월 제 21대 총선에서 승리라는 책무에 직면해있다. 이를 위해선 적잖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2.27 전당대회과정에서 불거진 우경화, 극우화에서 중도보수론, 개혁보수론이란 분명한 정체성이 이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다, 친박과 비박, 탈당후 복당파등 소규모 계파들이 우후죽순 똬리를 틀고 있어 그 벽을 깨지 않는 한 보수결집은 어렵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친이계(친이명박계)가, 박근혜 정부 때 친박계(친박근혜계)가 각각 독선과 독재로 당을 이끌다보니 골만 깊어졌다. 편애와 왜곡, 계파주의와 지역주의, 수구냉전주의, 편협함, 대결주의등 독선과 아집이 휩쓸었다. 여러 정권에서 보듯 두 정권도 독선의 늪에서 쓸쓸한 몰락으로 허우적댔다. 전당대회에서 나온 핫이슈, 그 쟁점마다 그렇다. 전당대회는 '어차피 대세는 황교안'이란 분위기속에 치러졌다. 입당한 지 40여일 밖에 안된 황 대표가 나름대로 지지를 받아 대선도전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는 자칫 당의 균열로 이어질지 모르는 우려다. 황대표 자신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불거진 황대표의 탄핵 절차나 태블릿 PC조작가능성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오세훈 후보의 만만치 않은 득표력도 이를 말해 준다. 반 황교안 지지층이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박계의 개혁보수를 멀리할수록 당은 쪼그라든다. 결국 말 없는 다수, 중도보수층을 껴안아야 황교안호가 내년 4월 총선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김진태 후보와 여기에 태극기 부대의 존재도 계륵이다. 이들은 김진태 후보와 5.18 망언 파문을 일으킨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를 적극 지지할 만큼 당내 한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투표율이 과반수도 안되는 저조한 것도 한국당의 한계다.

황교안 새 지도부가 5.18 망언을 징계하는 것부터 진통을 겪는 이유다. 이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 한국당의 우경화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당의 노선투쟁과 계파갈등이 확산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황교안 지도부는 무엇보다 독선을 경계해야한다. 당을 독선으로 이끌며 여권 견제를 명분 삼는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 가면 곤란하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보수 야당, 합리적이며 협치의 정치세력으로 거듭 나야 돌아선 민심을 잡을 수 있다. 엄석대같은 독선, 반칙, 골통보수라는 무거운 짐부터 벗어야 산다.

 

 

신수용사장 대기자[대전일보사 전 대표이사. 발행인]  ssyoung56@xinseg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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