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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산불' 속 '발목 잡기' 비난 받은 나경원의 남탓"산불 심각성 설명 안해…언론 보도도 이상해" 주장

[서울=신세계보건복지통신] 김지혜 기자 =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정부가 5일 오전 9시 기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해명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재난 컨트롤타워 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에 붙잡아 뒀다는 비판에 대해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국회영상회의록 시스템 캡처>

그런데 이 해명이 모두 언론과 여당, 정부의 탓이라고 반복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본인들의 잘못이라곤 "설명을 듣지 못해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것"이라는 게 나 원내대표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의 해명은 어디까지 맞는 것일까?

먼저 산불의 발생 시점부터 보자. 4일 오후 7시 17분 경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야산에서 제일 처음 산불이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로 한전은 파악하고 있다. 

태풍 이상으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은 초기 진화에 실패했고, 바람을 탄 불은 속초 시내로까지 번졌다. 이 당시 순간 최대 풍속은 26.1m/s로 중형 태풍급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날 발생한 대형 산불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첫 언론보도가 나온 것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약 40분 뒤인 오후 7시 55분 경이었다. 같은 시각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상태였다.

저녁식사 후 오후 9시 20분 경 재개된 운영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운영위원장은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데 정의용 실장이 위기대응의 총책임자다"라며 "이런 사정이 있어서 '안보실장이 일찍 떠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데 (야당이) 합의를 안 해주셨고, 이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이 생겨서 민간인들이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그 대응을 해야 할 책임자를 이석시킬 수 없다고 우기는 야당들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곧바로 "운영위원장 발언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 위원장께서는 여당 원내대표가 아닌 운영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것"이라며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하게 진행해달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 사진=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어 "우리도 정의용 실장을 빨리 보내고 싶다.  안보실장은 부득이 저희가 한 번씩 질문할 때까지 계시고, 관련된 비서관들은 모두 가도 된다"며 "(홍영표 위원장이) 순서를 조정해서 우리 야당 의원들이 먼저 질의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갔을 것"이라며 책임을 홍 위원장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마치 우리가 뭔가 방해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라며 "국회에서 어쩌다 나오신 안보실장에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고성 산불 하면서 마치 우리가 발목잡기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홍영표 위원장은 정의용 실장에게 질문하겠다고 밝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에게 먼저 질문의 기회를 줬다. 그러나 허용된 시간을 넘겨 질문을 하는 등 '시간 끌기'가 이어지자 결국 홍 위원장이 직접 의원들에게 "모니터를 켜서 속보를 한 번 보시라.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다"며 "이런 위기 상황에 책임자가 이석을 하게 하는 그런 정도의 문제 의식은 함께 가져주었으면 한다"며 위원장 직권으로 정의용 실장을 청와대로 복귀시켰다.

정의용 실장이 청와대로 간 것은 오후 10시 38분의 일이다. 대형 산불로 번지면서 각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던 시간부터 따진다면 세 시간이나 허비하게 된 것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국민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튿날인 5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책임 떠넘기기' 일색이라는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홍영표 위원장의 탓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어 "어제 오후 7시 45분 경에 정회하게 됐는데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홍영표 위원장이) 전혀 산불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정회하면 바로 이석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오후 9시 20분에 다시 회의를 개회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저희에게 산불의 심각성이나 그로 인해 안보실장이 이석하겠다고 요구한 바는 전혀 없었다"며 "9시 30분쯤 홍영표 위원장이 갑자기 불이 났는데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심각성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서너 분이 질의하면 (회의가) 끝나기 때문에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이상하게 쓰고 있는데 상황이 그랬다는 걸 알려드린다"며 자신들이 비판을 받는 것이 언론 탓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먼저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휴대전화에 뉴스 어플리케이션이 하나라도 깔려 있으면 쏟아지는 '1보'를 받지 못했을 리가 없다. 운영위원회 회의 내내 전원을 끈 상태였다면 모르지만, 의원들은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고, 이 시간 동안 국가재난으로 선포될 정도로 확대된 산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해명은 타당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에 더해, 회의 중 홍영표 위원장이 몇 번이나 고성 산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하는 회의 영상이 남아있어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산불 상황을 전달 받지 못했다"는 그의 해명에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홍영표 위원장의 태도를 지적하며 "고성 산불 하면서 마치 우리가 발목잡기 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결국 그의 해명은 "산불이 난 건 알았지만 여당인 홍영표 위원장이 그 심각성을 상세히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대해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전국민을 우려케 한 국가재난 수준의 산불을 설명해줘야만 알아 듣는 분이 나경원 원내대표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당시 청와대 사정은 어땠을까. 고민경 청와대 부대변인은 5일 오전 정례 현안브리핑에서 "정의용 실장이 없는 상황에서 김유근 1차장을 먼저 위기관리센터로 보내 대책 논의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4일 오후 11시 경 도착해 상황을 체크했으며, 15분 뒤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지시를 내렸다. 또 5일 0시 20분 경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하는 등 총력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의용 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유근 1차장이 모두 국회 운영위에 가 있는 상황이었다. 고 부대변인은 "화재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오후 9시 44분 경 국회가 정의용 실장을 안 보냈기 때문에 김유근 1차장을 먼저 보냈다"고 말했다. 다만 정의용 실장이 제 시간에 오지 못해 구체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당장 대응해야 할 것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enews@xinseg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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