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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라지고 윤지오만 드러났다"거짓 증언 논란 휩싸인 '증인' 윤지오…마녀사냥인가 타당한 의혹 제기인가

[서울=신세계보건복지통신] 이호준 기자 = 목숨을 걸고 마지막 증언에 나선 증인에 대한 마녀사냥일까. 그게 아니라면 자살 아닌 타살 당한 고인을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한, 합당한 의혹 제기일까. 어느 쪽이든 본질은 흩어지고 껍질만 곤두서는 상황이다.

<윤지오 씨의 증언을 놓고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

소속사 대표로부터 폭행과 성접대를 강요 당했다고 폭로한 뒤 스물 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장자연. 당시 그의 사건에서 성접대 대상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은 단 한 명도 처벌 받지 않았다. 증거도, 증언도 없었다는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와 조사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묻혀 있던 사건을 다시 한 번 꺼내 들었다. 조사단은 당시 장 씨의 사망과 관련해 수사 기관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파악했고, 이후 다수의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확보했다.

그리고 "핵심 증인"을 증언대에 다시 세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는 고 장자연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남아있던 전직 조선일보 기자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바로 장 씨의 동료 윤지오 씨다. 

10년간 검은 옷을 입은 채 숨어 살아야 했다는 윤 씨는 사건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할 무렵, "목숨을 걸고" 증언대에 섰다는 말을 자주했다. 지난 3월 5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으로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대중 앞에 섰던 그는 거침이 없었다.

방송과 지면매체를 동분서주하며 장자연 사건을 알렸고, 책 '13번째 증언'을 출간해 사건의 뒷이야기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명실상부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처럼 보였고, 그의 행동은 정의를 위한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이었다.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고 장자연 사건을 다룬 윤지오 씨의 책 '13번째 증언'. 일부 내용의 신빙성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신세계보건복지통신 DB>

각종 펀드 레이징을 통해 윤 씨를 금전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윤 씨는 범죄 피해자와 증인 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그들을 지원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올바른 일에 목숨을 걸고 앞장 서는 윤 씨의 행보에 참여하지 않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대중들은 "조선일보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정도로 윤 씨의 영향력은 막강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나 1개월 만이었다. 이달 초부터 윤 씨의 증언 신빙성에 대해 의문과 의혹을 제기하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페미니스트' 작가로 알려진 김수민 작가였다. 윤 씨가 '13번째 증언' 출간을 위해 먼저 접촉했다고 주장한 김 작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 간 윤 씨와 연락을 이어갔다. 그러나 윤 씨가 한국에 입국한 후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행보가 당초 김 작가와 이야기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자 둘 사이의 깊은 골이 생겼고, 결국 서로 적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 작가는 지난 23일, '판사 석궁 테러 사건'의 변호사로 유명한 박훈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 윤 씨에 대해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윤 씨가 김 작가에 대한 허위사실과 모욕적인 발언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사건은 단순히 김 작가와 윤 씨간 갈등이 폭발한 '감정 싸움'으로 보기엔 복잡하다. 먼저 김 작가 측은 윤 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윤 씨의 기존 주장과 한국 입국 후 주장의 다른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윤 씨가 장자연 씨의 유족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을 출간했다는 점, 실제 보지 못한 장자연 문건, 즉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봤다"고 주장한 점 등이 큰 파장을 낳았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당시 김 작가의 고소장을 접수하며 열렸던 기자회견에서는 박훈 변호사와 김대오 연예전문 기자가 동석했다. 김 기자는 장자연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기자이기도 하다. 

김 기자는 이 자리에서 "윤지오 씨가 주장하는 일목요연한 '장자연 리스트'는 절대 원본 문건에 없었다.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린다"며 이제까지 윤 씨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윤 씨는 자신의 책에서 '장자연 리스트'를 언급하며 "A4용지 한 장은 뺴곡히, 또 한 장은 3분의 1 정도 분량으로 사람들 명단이 적혀 있었고 족히 40~50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애초에 이 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반박이 나온 것이다. 박훈 변호사는 이에 대해 "만일 윤지오가 본 리스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경찰이 작성한 '수사대상자 리스트'이거나, '전준주 리스트'"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전준주 리스트'란 장자연 사건의 첫 수사 당시 전준주(일명 왕진진, 낸시랭의 전 남편)이 허위로 장자연의 자필 편지라고 속여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만들어진 가짜 리스트다. 

박 변호사는 "윤 씨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유일하게 목격했다는 것이냐. 그는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성추행 건 이외엔 본 것이 없다"며 "그럼에도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 '목숨을 걸고 증언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윤 씨는 펀드 레이징이나 아프리카tv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후원 내역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낳기도 했다.

<윤지오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김수민 작가의 인스타그램.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윤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이후 계정을 폐쇄했다가 다시 열기를 반복해 불안정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전부 "스피커를 향한 치졸하고 비겁한 공격"으로 규정한 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역시 자신이 선정한 매체와의 인터뷰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변호사 측은 윤 씨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짓으로 후원금을 모집했거나, 후원 내역 및 목적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개인 계좌로 후원을 받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앞서 박 변호사 측은 윤 씨 사건의 사실 확인을 위해 그에 대한 출국 금지가 내려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윤 씨는 예정된 23일 출국 날짜를 변경해 24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그에 대한 출국 금지가 이뤄질 정도로 혐의나 사건 그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 탓에 출국 금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출국 전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으로 생중계를 한 윤 씨는 "해외 외신 보도에 집중할 것" "엄마 건강 문제로 출국하는 것이고 곧 돌아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소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증인을 (경찰에) 소환한다니 장난하나" "소환같은 소리 하고 계시네"라며 질문자에게 면박을 주기도 했다. 

결국 사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윤 씨가 한국에 다시 입국하는 그 순간부터 재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씨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옮겨지면서 장자연 사건은 다시 뒷전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과열될 경우 윤 씨가 주장하는대로 "유일한 증인에 대한 마녀사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윤 씨에 대한 검증은 이뤄져야 한다. 무결한 증인은 세상에 없을 지 모르나 그의 증언만큼은 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되살아난 수사의 불씨가 허위와 과장, 또는 착각으로 꺼지게 된다면 고인을 또 다시 죽이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호준 기자  enews@xinseg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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