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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연대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 국가가 희망되지 못했기 때문"

[서울=신세계보건복지통신] 김지은 기자 = 지난 23일 서울 성동구에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6살 배기 아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여성의 사건과 관련,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국가와 정부의 부재를 지적했다.

24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매년 수차례 벌어지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이 어제(23일) 또 다시 반복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6살 자녀를 데리고 이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이 모자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는 커녕 지역사회 내에 제대로 된 지원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쉬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연대 측은 "지원의 부담으로 가족이 발달장애인을 살해한 후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은 매년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 이렇듯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 옆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국가가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앵무새같이 떠들어대는 말뿐인 복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국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형편없는 지원체계로 인해 이에 대한 지원의 책임을 부모 등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라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있어 발달장애인 중 약 80%가 일정 정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며, 심지어 41%는 ‘대부분 혹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체계를 고민하고 있지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비극이 지난 수십 년간 반복돼왔기에, 우리 장애인 부모들은 직접 싸우며 발달장애인 지원에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를 하나씩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우리는 발달장애인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치열한 투쟁을 진행했다. 지난 4월 19일에는 장애인부모 등 556명이 삭발했으며, 다음 날인 20일부터 장애인부모 네 명이 15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발달장애 영역은 전임 정부에서 진행했던 정책들의 재탕에 불과했으며,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실질적이고 제도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대 측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이번 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망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역대 정부는 실효성 없는 서비스 한두 가지를 선심 쓰듯이 발표하곤 했을 뿐"이라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매년 수차례 반복되는 원인은 분명하기에, 이러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 이제는 국가(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강조했다.

연대 측은 정부에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대책 수립 △이러한 과제를 행·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인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 수립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및 ‘제2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수립을 위한 민관협의체 즉각 설치 △「발달장애인법」 및 「장애아동복지지원법」 등 기존 관련 법령을 현실에 맞게 전부 개정할 것 등 총 4가지 안을 요구했다.

연대 측은 "이제는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을 서로 죽고 죽이는 이런 세상을 끝내야 한다. 아직 인생의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한 6살 발달장애인, 그리고 지원의 부담으로 자녀를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어머니, 이 두 분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 끝맺었다.

김지은 기자  xin.jk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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